소비자 심리지수가 상승하면서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전국 2160 가구를 조사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생활에 대한 소비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05로 전월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고 5월26일 밝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합산해 산출하며 100이상이면 앞으로 경기 상황 등이 좋아 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유통업체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업종별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큰폭의 차이가 있다.
백화점 업계는 5월 들어 매출이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4%를 웃돌았고, 세계백화점도 8.3% 성장했다. 1·4분기 매출신장률이 1.7~6.4%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매출신장세는 초고가 명품을 찾는 초우량 고객(VVIP)의 구매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상위 20% 고객의 구매액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이들의 매출 비중은 2005년 70%에서 2006년 73%, 2007년 76%, 작년 78%로 계속 높아지다가 올해 80%대로 진입했다.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라 불리는 `귀한 손님’이 올해 들어 4월까지 올려준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불황에도 `귀한 손님’의 구매력은 건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서민, 중산층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의 경우는 아직 온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개 대형 마트의 4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한 1~3월엔 역신장률을 보였다. 대형마트의 고전은 서민들이 생필품 등의 소비에 지갑을 닫은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백화점 업계는 명품매장의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 1월부터 3단계에 걸쳐 기존7934㎡(2400평)의명품관을9917㎡(3000평)으로확대하는 리뉴얼을 단행하고 최근 공사를 마쳤다. 1~3층까지 루이뷔통, 에르메스,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등 90여개의 최고 럭셔리 명품 브랜드로 풀라인을 구성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명품관으로 변신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명품 매출은 5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42.8%나 증가했다. 증가률로는 지난3월 25.4%, 4월 40.2% 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신세계백화점 전체 명품매출 증가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도 5월 현재 명품 신장률이 전년 대비 34%를 기록 중이다. 환율이 폭등하고 경제 불안이 심했던 3월과 4월에도 각각 38%, 31%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5월 현재 매출 신장률도 전년 대비 5.0%를 기록했다. 역시 3월 5.7%, 4월 4.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주얼리 분야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본사의 백화점 시장동향 조사 결과 나타난 현상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예물구매의 영향으로 저단가 커플링의 실속구매가 증가했으며 동시에 캐럿 이상의 예물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백화점의 주얼리 매출이 대형마트의 주얼리 매출 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의 주얼리 매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10%~20 %대의 역신장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4월까지 전년 수준을 거의 회복한데 반하여 대형마트의 매출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0%의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대형마트의 수수료 또한 매년 조금씩 올라 현재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마트 주얼리 입점업체들의 고충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올해 들어 누적적자가 지속되자 마트측에 매장 철수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얼리 수입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올해 4월까지 주얼리 수입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베트남, 태국으로부터의 임가공 수입은 각각 26.0%, 29.2%, 46.1% 가량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82.3%, 프랑스는 23.9%, 스위스는 667% 증가했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 브랜드의 인지도가 떨어지고 수출을 위한 임가공 수입도 아닌 이태리와 홍콩으로 부터의 수입은 높은 환율의 영향으로 임가공 국가들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4월 까지 이태리로부터의 주얼리 수입은 41.0% 줄어들었으며, 홍콩으로부터의 수입도54.1% 감소했다.
한편 업계에도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80% 비중을 차지한다”는 비유에 사용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 백화점에서도 이러한 법칙이 증명되고 있다고 서두에 말했지만 업계에서도 상위 20%의 소매상이 전체 주얼리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불황기에는 제품구입으로 얻는 만족과 효용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1,2등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과연 내자신은 상위 20%에 포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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